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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프리 쇼핑이 실제로 가능한가?한국에서 직접 시도한 제로웨이스트 장보기 리포트

📑 목차

    패키지 프리 쇼핑이 실제로 가능한가?
한국에서 직접 시도한 제로웨이스트 장보기 리포트

    나는 한국에서 ‘제로웨이스트’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패키지 프리 쇼핑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패키지 프리 쇼핑이 실제로 가능한가?한국에서 직접 시도한 제로웨이스트 장보기 리포트 많은 사람이 제로웨이스트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장을 보려고 하면 비닐 포장·일회용 포장·플라스틱 용기가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도 실천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고민 끝에 “실제로 가능한지 직접 확인해보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일주일 동안 패키지 프리 쇼핑을 실험해 보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일반적인 도시 환경에서 포장 없는 장보기가 가능한지, 필요한 준비물이 무엇인지, 실제 비용과 불편함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장보기 후 만족도는 어떤지 스스로 경험하고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글에는 내가 일주일 동안 몸으로 부딪히며 수집한 경험이 담겨 있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패키지 프리 쇼핑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 녹아들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1. 첫 번째 도전: 패키지 프리 매장을 찾아가는 순간 마주한 현실

    내가 처음으로 도전한 곳은 도심에 위치한 패키지 프리 전문 매장이었다. 온라인 지도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샵’이라는 키워드로 여러 곳이 표시되었지만, 실제 방문 가능한 매장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나는 가장 가까운 매장을 선택했지만 그 매장조차 대중교통으로 한 번에 갈 수 없어서 환승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접근성이 패키지 프리 실천의 첫 번째 허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시장 바구니와 유리병, 스테인리스 통을 챙겨 갔다. 매장에 들어서자 벌크(큰 통에 담긴 식재료)를 담을 수 있는 비누, 넛츠류, 조미료, 세탁 세제가 줄지어 있었다. 매장의 분위기는 소박했지만 깔끔했고,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느낌이 강했다.
    내가 가장 먼저 무게를 달아 담은 것은 '현미'였다. 유리병을 먼저 저울에 올리고 용기 무게를 적은 뒤 그 안에 현미를 담아 다시 무게를 재는 방식이었다. 내가 처음 경험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절차가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니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품목의 한계였다. 패키지 프리 매장에서 판매되는 식재료는 종류가 제한적이었고, 내가 평소 사용하는 식자재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매장은 제로웨이스트 실천 의지가 강한 사람에게 최적화되어 있었지만, 일반적인 장보기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했다. 이 지점에서 나는 한국 제로웨이스트 문화의 현실적인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2. 두 번째 도전: 일반 시장에서의 노패키지 장보기 실험

    두 번째 시도는 내가 가장 익숙한 ‘일반 재래시장’에서 이루어졌다. 나는 재래시장이 패키지 프리 쇼핑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많은 시장에서는 여전히 벌크형 판매 방식이 남아 있고, 장바구니 사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나는 집에서 준비한 밀폐용기 네 개와 천 주머니 두 개를 시장으로 가져갔다. 내가 먼저 향한 곳은 건어물 가게였다. 주인은 내가 용기를 내밀자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여기에 담아 줄까요?”라고 물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시장에서는 개인이 용기를 챙겨 오는 경우가 아직 많지 않지만, 상인들은 대부분 불편함 없이 사용해 준다.
    채소 가게에서는 조금 다른 반응이 나왔다. 상인은 내가 용기를 꺼내자 “그냥 봉투에 담아갈 텐데 왜 무겁게 이것까지 들고 다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제로웨이스트 실험 중이라고 설명하자 흥미롭게 바라보며 오히려 물건을 용기에 잘 담아 주셨다.
    시장에서 장을 보며 가장 큰 장점은 거의 모든 품목을 포장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채소, 과일, 두부, 생선까지 용기에 담아가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했다. 다만 반대로 가장 큰 단점도 드러났는데, 용기 무게 때문인지 장보기 전체가 무거워지고 이동이 힘들어졌다. 또한 상인들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매번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은 패키지 프리 장보기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내가 직접 체감한 바로는 “포장 없는 장보기”는 제로웨이스트 전문 매장보다 오히려 일반 시장에서 더 자연스럽게 실현될 수 있었다.


    3. 세 번째 도전: 대형마트에서 실험한 패키지 프리의 현실

    내가 세 번째로 선택한 장소는 많은 사람들이 주 장보기 장소로 사용하는 대형마트였다. 나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실제로 마트에서 포장 없는 물건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마트는 관리 효율성과 위생 규정을 이유로 대부분의 품목을 비닐 또는 플라스틱 포장 형태로 판매한다. 나는 과일 코너에서 낱개로 구매 가능한 품목을 찾아보았지만, 대부분이 트레이 포장 형태로 진열되어 있었다. 몇 가지 바나나와 오렌지가 낱개로 판매되고 있었지만, 오히려 개별 포장된 경우가 더 많았다.
    대형마트에서는 직원에게 용기에 담아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마트는 정해진 포장 규격이 있고, 직원에게 재포장을 요청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패키지 프리 쇼핑이 단순히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통 시스템 자체가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시스템이 허용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제로웨이스트가 실현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나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4. 패키지 프리 장보기의 단점과 장점을 동시에 경험하며 얻은 결론

    일주일 동안 패키지 프리 장보기를 실험하면서 나는 장단점을 모두 분명하게 느꼈다.
    가장 큰 장점은 내가 구매한 물건의 구조와 출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패키지 프리 쇼핑은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준다. 포장이 없으니 과소비도 줄고, 내가 실제로 필요한 양만 담게 된다. 또한 쓰레기 배출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집에서 분리수거하는 시간이 짧아졌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했다. 이동이 불편하고 용기를 세척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품목의 다양성이 제한적이었다. 접근성 또한 낮아서 누구나 쉽게 실천하기 어렵다.
    내가 얻은 결론은 “패키지 프리 쇼핑은 한국에서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모든 장보기를 대체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래시장이나 소규모 식재료 매장을 활용하면 특정 부분부터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나는 이 실험을 통해 제로웨이스트가 완벽을 요구하는 실천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에서 조금씩 행동을 바꾸는 과정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패키지 프리 쇼핑은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내가 조금씩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생활 습관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패키지 프리 쇼핑은 ‘완벽’보다 ‘시도’가 더 중요하다

    패키지 프리 장보기는 아직 한국에서 누구나 쉽게 실천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그럼에도 실험을 통해 나는 장보기 행동의 구조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평소 당연하게 쓰던 포장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모든 것을 패키지 프리로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가능한 품목만큼은 계속 시도해 볼 계획이다. 제로웨이스트는 거창한 선언보다 실제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번 실험이 확실하게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