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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상점 탐방기: 서울에서 찾은 친환경 라이프의 시작점

📑 목차

     

    서울의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탐방하며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를 직접 체험한 기록. 성수동 리필스테이션, 망원동 그린어스, 연남동 리필서울, 강남 에코프렌즈, 그리고 홍대 플리마켓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버리지 않는 삶’이 아닌 ‘다시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전한다. 도시 속에서 친환경 라이프를 실천하는 방법을 찾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여행기.

    제로웨이스트 상점 탐방기: 서울에서 찾은 친환경 라이프의 시작점

    서울은 속도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도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커피를 마시고, 점심시간에는 테이크아웃 도시락으로 식사를 때운다. 일회용품은 우리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주지만, 그 편리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부담이 남는다. 매일 버려지는 플라스틱 컵, 비닐 포장, 배달 포장재는 잠시 쓰이고 사라지지만, 지구에는 오랫동안 남는다.
    나는 어느 날 퇴근 후 쓰레기봉투를 버리며 문득 생각했다. “이 많은 쓰레기가 결국 어디로 갈까?” 그 의문이 나를 ‘제로웨이스트 상점’이라는 낯선 세계로 이끌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 곳곳의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직접 찾아가며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담았다. 단순한 친환경 소개가 아니라, 도시 속에서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이 여정은 나에게 ‘환경 보호’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경험이었다.


    1 – 성수동 리필스테이션: 낯설지만 따뜻한 불편함

    첫 번째 목적지는 성수동이었다. 트렌디한 카페와 공방이 밀집한 이곳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에도 일찍 반응한 지역이다.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리필스테이션이 보인다. 입구에는 “Bring Your Own Container(용기를 가져오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매장 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손님들은 각자 가져온 유리병, 스테인리스 통에 필요한 만큼만 세제나 샴푸를 담고 있었다. 계량컵을 들고 무게를 재며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따뜻했다.
    점주에게 “이 방식이 번거롭지 않나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금 불편하죠. 하지만 이 불편함 덕분에 쓰레기가 확 줄어요. 작은 변화가 쌓이면 큰 차이가 나요.”
    그의 말 속에는 확신이 있었다. 편리함이 아닌 불편함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의지, 그게 바로 제로웨이스트의 진짜 출발점이었다.


    2 – 망원동 그린어스: 버리는 습관을 멈추는 법

    다음으로 향한 곳은 망원동의 ‘그린어스’. 좁은 골목 끝에 자리 잡은 이 가게는 ‘물건의 두 번째 생명’을 부여하는 공간이었다. 문을 열면 재활용 용기와 리필 상품, 천연 원료로 만든 세정제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용기 교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사용하던 유리병이나 통을 가져오면 포인트로 적립해 주고, 재활용 가능한 재질만 수거해 다시 세척 후 매장 내에서 재사용한다.
    한 손님은 “이전에는 비우면 바로 버렸는데, 이곳을 알고 나서는 버리기 전에 ‘혹시 다시 쓸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깨달았다. 제로웨이스트는 물건을 덜 사는 운동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는 문화라는 사실을.
    그린어스에서는 ‘물건’이 단순한 소비품이 아니라 ‘관계의 흔적’으로 남는다. 사용자의 의식이 바뀌면, 쓰레기의 운명도 달라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3 – 연남동 리필서울: 함께 실천하는 커뮤니티의 힘

    연남동의 ‘리필서울’은 제로웨이스트 상점 중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이었다. 이곳은 물건을 파는 가게이자, 지속가능한 문화를 나누는 커뮤니티였다.
    문을 열자마자 향긋한 천연 비누 냄새가 퍼졌고, 한쪽에서는 비누 만들기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환경 독서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점주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물건만 사러 오는 게 아니라, 생각을 나누러 오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었다. 대학생, 직장인, 부모, 어린이 등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오늘의 작은 실천’을 기록했다.
    한 대학생은 “친구들과 ‘제로웨이스트 일기’를 쓰고 있어요. 우리가 줄인 쓰레기 양을 기록하면서 성취감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이곳은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리필서울은 지역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지속가능한 실험실 같았다.


    4 – 강남 에코프렌즈: 친환경도 충분히 세련될 수 있다

    강남의 ‘에코프렌즈’는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공간이었다. 대리석 벽면과 세련된 조명 아래, 고급스러운 친환경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가치는 겉모습이 아니라, ‘환경과 미학의 조화’에 있었다.
    모든 제품은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고, 제품 설명서는 종이 대신 QR코드로 대체됐다. 심지어 계산대 영수증도 이메일로 발송되어 종이 낭비를 최소화했다.
    한 손님은 “이전에는 친환경 제품이 투박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 오니 ‘지속 가능성도 충분히 스타일리시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에코프렌즈’는 환경을 위한 소비가 희생이 아니라 선택의 품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5 – 제로웨이스트 마켓에서 만난 새로운 세대

    홍대 근처에서는 매달 한 번씩 ‘제로웨이스트 플리마켓’이 열린다. 나는 그 현장에도 직접 다녀왔다.
    이곳에는 각종 업사이클링 제품, 재사용 가능한 텀블러, 천 가방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판매자 대부분이 20~30대 청년들이었다는 것이다.
    한 부스에서는 폐목재로 만든 가구를 전시하고 있었고, 다른 부스에서는 커피 찌꺼기로 만든 향초를 판매했다.
    판매자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시작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이런 진심이 더 많은 사람을 불러오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며 느꼈다. 제로웨이스트는 누군가의 트렌드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생활 방식의 진화라는 것을.
    이 마켓은 단순한 판매의 공간이 아니라, 가치가 교류되는 장이었다.


    서울, 지속 가능한 삶의 실험실

    서울의 제로웨이스트 상점들은 각자 다른 모습이지만, 한 가지 공통된 언어를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다시 생각하라”였다.
    무언가를 살 때, 버릴 때, 포장할 때 한 번 더 고민하는 태도. 그 단순한 ‘한 번의 생각’이 지구의 시간을 연장시킨다.
    이번 탐방을 통해 나는 환경 보호가 거창한 일이 아님을 배웠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곧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었다.
    리필스테이션의 향기, 그린어스의 조용한 대화, 리필서울의 커뮤니티, 에코프렌즈의 세련된 공간, 그리고 플리마켓의 젊은 열정까지.
    모두 다른 색깔을 지녔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었다.
    ‘버리지 않는 삶’이 아니라, ‘다시 생각하는 삶’.
    서울의 제로웨이스트 상점들은 그 변화의 중심에서 사람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다시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