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2박 3일간의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통해 쓰레기 없는 여행 루틴을 실천한 경험을 기록. 준비 단계에서 짐 싸기, 이동 중 텀블러 사용, 제로웨이스트 숙소 선택, 현지 시장 이용, 기념품 소비 절제 등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불편함을 선택한 여행 속에서 발견한 진짜 자유와 지속 가능한 여행의 의미를 전한다.

여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쉼과 자유를 주는 특별한 시간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그동안 쌓인 피로를 털어내는 시간. 그러나 여행이 끝난 자리에는 늘 한 가지 흔적이 남는다. 바로 쓰레기다. 플라스틱 컵, 도시락 포장지, 배달 음식 용기, 호텔 어메니티, 심지어 작은 영수증까지. 여행의 추억은 남지만, 그 흔적들은 환경에 또 다른 부담을 남긴다.
나는 지난해 여름, 강릉으로 떠난 짧은 여행에서 쓰레기봉투 세 개를 버리고 나서 충격을 받았다. 단 2박 3일의 여행 동안 내가 만들어낸 쓰레기가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때 결심했다. “다음 여행은 제로웨이스트로 해보자.”
이 글은 그 실험의 기록이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불편함 속에서도 즐거움이 있었던 여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운 **‘쓰레기 없는 여행 루틴’**을 공유하고자 한다.
1 – 준비의 시작: 짐 싸기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법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출발 전부터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의 쓰레기를 줄이려면 현지에서만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짐을 싸는 순간부터 방향이 결정된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 아이템을 챙겼다. 텀블러, 개인 수저, 천 손수건, 소형 주방용 세제, 그리고 작은 밀폐용기. 여행용 어메니티는 따로 챙기지 않았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일회용품 대신, 집에서 쓰던 비누와 치약을 소분해 가져갔다.
옷은 ‘하루에 한 벌’이 아니라 ‘조합 가능한 최소 세트’로 구성했다. 이 방식은 짐을 줄여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세탁으로 인한 물 낭비도 줄여준다.
또한 ‘여행 중 쇼핑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다. 기념품 대신 사진과 기록으로 추억을 남기기로 한 것이다.
이런 준비를 하다 보니 가방은 훨씬 가벼워졌고, 출발 전부터 이미 쓰레기를 덜어낸 기분이었다.
2 – 첫날: 이동 중 쓰레기 없는 하루 실천
여행의 첫날은 이동이 많은 날이었다. 대부분의 쓰레기는 바로 이 ‘이동 구간’에서 생긴다. 기차역이나 휴게소에서 사 먹는 커피, 간식, 포장음식이 대표적이다.
나는 출발 전, 집에서 미리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했다. 집에 있는 남은 채소로 만든 샌드위치와 과일을 밀폐용기에 담았다. 물은 텀블러에 미리 채워 넣었다.
기차 안에서 주변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이나 캔음료를 마셨지만, 나는 내가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휴게소에 들렀을 때도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내밀었다. 처음엔 직원이 약간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웃으며 “좋은 습관이시네요.”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가 묘하게 뿌듯했다.
작은 행동이지만, 그날 하루 동안 내가 버린 쓰레기의 양은 평소의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동 중 제로웨이스트를 지키는 것은 결국 ‘미리 준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느꼈다.
3 – 둘째 날: 숙소에서의 제로웨이스트 루틴
숙소는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호텔에는 비닐 포장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물병이 비치되어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미리 찾아 예약했다.
그곳은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고,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 곳이었다. 방에는 유리컵과 스테인리스 수저가 있었고, 비누와 샴푸는 리필형 용기에 담겨 있었다.
숙소 주인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처음엔 손님들이 불편해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이곳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그날 밤 나는 평소처럼 샤워를 하고, 내가 가져온 천 손수건으로 머리를 닦았다. 그 과정에서 느꼈다. 제로웨이스트는 불편함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음’일 뿐이라는 사실을.
익숙해지면 그것은 더 이상 제약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로 변한다.
4 – 셋째 날: 현지에서의 소비를 다시 생각하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늘 ‘기념품’과 ‘식사’로 가득하다. 하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서 그 두 가지를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기념품 대신, 내가 다녀간 곳의 쓰레기통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사진들은 여행의 또 다른 기록이 되었다. 각 도시의 쓰레기 문제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식사는 현지 시장에서 식자재를 구입해 직접 요리했다. 포장된 도시락 대신, 장바구니에 담은 채소와 두부로 간단한 비빔밥을 만들었다.
이날 하루 동안 나는 쓰레기를 단 한 조각도 버리지 않았다. 다 쓴 휴지는 되가져왔고, 음식물쓰레기도 남기지 않았다.
그날 밤 바닷가에서 일몰을 보며 느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절제가 아니라 새로운 풍요로움의 발견이었다. 버리지 않으니, 오히려 여행의 순간 하나하나가 더 깊이 남았다.
5 – 돌아온 후의 변화: 일상이 달라지다
여행이 끝나면 대부분은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간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내 일상에도 변화를 남겼다.
이후로 나는 카페에서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배달 대신 도시락을 싸 다니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니 지갑도 가벼워졌고, 집에 쓰레기가 거의 쌓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의식의 변화’였다. 예전엔 물건을 고를 때 디자인이나 가격만 봤지만, 이제는 ‘이 포장재는 재활용이 가능한가?’를 먼저 떠올린다.
여행의 3일이 나를 바꾼 것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여행 중의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처음부터 모든 쓰레기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한 번이라도 덜 버리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첫날엔 편의점에서 얼음물을 사 마셨고, 포장 없는 식당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하지만 그 과정이 의미 있었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불편함을 마주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 진짜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정신이다.
여행의 목적지는 바다가 아니었다. 그것은 ‘조금 더 나은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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